작업을 하다보면 조금씩 남는 짜투리 실이 많아진다. 늘 아까운 마음이 들어서 쉽사리 버리지 못하는데, 그렇게 모아두기 시작하면 짜투리라는 보잘 것 없는 것이 어느새 존재감을 확실이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모아둔 짜투리 실 박스를 뒤집어 엎어 눈을 감고 손을 휘저어 실을 잡았다. 언젠가 제 몫의 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했던 실은 이제 작고 초라하게 비비꼬여서 수줍게 손에 잡힌다. 너에게는 어떤 형태를 부여할까. 손에 잡힌 실의 색에 맞게, 그때의 기분에 맞게 한껏 감각적으로 형태를 부여한다. 속도를 내던 작업은 이내 중반쯤 접어들기 시작하면, 조금 주춤거린다. 매번 컬러를 보고 그에 맞는 형태를 만들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집중력을 요구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면 습관처럼 작업을 하고, 뒤늦게 상관없이 만들어진 색의 분할을 보면서 아차 싶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의 작업이 완성된다. 완성 즈음에서 어째서 완성일까하고 되묻는다. 한껏 감각적으로 분할되었던 면들은 사각의 틀 속에 갇혀버렸다. 왜 사각으로만 직물을 짜려고 했을까. 다시 되물어본다. 요즘 나의 작업과정이라고 하는 것이 보통 이렇다. 작업을 진행하고, 진행하다가 어느새 왜이랬을까 하고 되묻는다. 그럴싸한 답은 내릴 수 없고, 혹여라도 내려진 답이 있다면 그게 맞는지 되묻게 된다. 한껏 고양되었던 감각의 분할들은 사각의 틀 안에서 빛 바랜다. 그것이 좀 아쉽고, 그래서 들어올려보니 자연스레 말리면서 각각의 부분들에 생동감이 더해진다. 이것의 완성 형태는 이런 것이었구나 하고 생각한다.